MID-HEELS ARE BACK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봄 트렌드 중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기분 좋은 소식. 그들이 돌아온단다. 고통 없이 제걸음으로 걷게 할 나지막한 미드힐이!

CHOOSE YOUR SHOES

1 캐멀색 슬링백 슈즈는 소다 20만원대
2 골드의 반전이 있는 슈즈는 세르지오 로시 가격미정
3 베이식한 디자인에 실용도가 높은 슈즈는 지미추 83만원
4 조각품처럼 재미난 굽의 슈즈는 마르니 가격미정
5 꽃무늬 벽지처럼 화려한 슈즈는 스텔라 매카트니 가격미정
6 키튼힐의 여성미 넘치는 슬링백은 오주르 by 라꼴렉시옹 95만원
7 펑키한 슬링백 슈즈는 크리스챤 루부탱 가격미정
“요즘 직장 여성들은 낮에는 남자들보다 더 전투적으로 일해야 하고, 밤에는 차려입고 가야 할 약속들도 많아요. 그렇다고 보조 가방을 들고 운동화를 챙겨 다닐 순 없잖아요. 하지만 5cm 정도라면 낮과 밤 둘 다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어요! 또 미드힐은 하이힐을 신었을 때보다 편안하고, 플랫을 신었을 때보단 지적으로 보이잖아요”
모 드라마에서 이별을 고하며 여자가 남긴 말이 있다. “우리 사랑은 현실에 졌어!” 올겨울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내 패션은 현실에 졌어!” 겨우내 ‘안전빵, 보온짱’인 스노 부츠만 신은 탓에, 나의 시그너처 룩은 줄곧 청바지에 패딩 점퍼였다. 곰 발바닥만한 스노 부츠엔 미우 미우의 팬츠 슈트도 지방시의 고스 룩도, 셀린의 오버사이즈 코트도 모두 안 어울렸다. 결국 트렌드라고 회자되던 어떤 룩도 추위라는 현실에, 더 정확하게는 스노 부츠에게 패했다.
이번 겨울을 보내며 통렬히 깨달은 패션 법칙 한 가지.누가 뭐래도 패션의 시작은 슈즈이고, 패션의 발목을 잡는 것도 슈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해 눈이 녹는 봄이 오면 슈즈 하나만 잘 고르면 패션에도 날개를 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선 백화점 쇼윈도에 진열된 신상 슈즈부터 훑자. 그곳에 포진한 슈즈에서부터 이번 봄 패션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테니.
첫번째 답사지는 구두의 메카, 지미추 매장. 실버와 골드를 휘감은 도트 장식의 힐부터, 주먹만한 꽃을 단 스틸레토까지 ‘억’소리 나게 화려한 킬힐들 사이에 대략 5cm 정도 되어 보이는 낮은 굽의 수수한 슈즈가 우아하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어색함은 검박한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낯선 힐 높이 때문. 저 정도 굽의 슈즈가 예전부터 있었던가? “지미추에서 힐의 높이는 규정화되어 있어요. 3.5cm를 시작으로 6.5cm, 8.5cm 순으로 점점 높아져가죠. 근데 이번 크루즈 컬렉션부터 3.5cm와 6.5cm 사이에 5cm 힐이 새롭게 생산되기 시작했어요.
사실 힐 사이즈가 이렇게 새로 추가된 건 슈즈 브랜드에선 굉장한 일이에요.” 지미추 조아진 MD는 5cm 힐이 이미 6.5cm 힐 판매량을 능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높이의 힐 탄생을 반겼다. 이런 변화는 비단 지미추에서만 감지된 것은 아니다. 뉴욕의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3.1 필립 림의 화이트와 블랙이 담백하게 조합된 슈즈도 죽일 듯이 높기는커녕 웬만한 여자라면 저 신발을 신고 100미터 달리기도 너끈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졌다. 뿐이랴, 발렌티노 쇼윈도에도 손가락 마디만한 사이즈의, 보는 것만으로도 맘이 평안해지는 굽을 단 슈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실 미드힐의 귀환은 2013 S/S 쇼가 끝난 직후인 지난가을부터 예고되고 있었다. 루이비통은 2010년에 이어 이번에도 리본 장식의 미드힐을 선보였고, 느슨한 실루엣이 인상적인 드리스 반 노튼 역시 구슬을 꿰어놓은 듯한 낮은 굽의 슈즈를 쇼에 올렸다. 모던 걸의 대표주자인 스텔라 매카트니도 굽 높이를 대폭 낮췄으며 킬힐의 대명사인 크리스챤 루부탱조차 스터드가 무섭게 박힌 얌전한(이 어색한 조합을 어찌할꼬) 미드힐을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죽일 듯 압박해오던 하이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중간 굽 정도 되는 미드(Mid) 힐이라는 새로운 슈즈가 다음 시즌 패션을 좌지우지할 거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매장에 들어가 5cm 힐에 발을 넣어봤다. 일단 거울에 비친 모습에선 킬힐을 신었을 때처럼 마법 같은 각선미는 없었다(당연히 킬힐 위에서 솟아나던 자신감도 증발해버렸다). 없는 건 각선미뿐이 아니었다. 하이힐을 신으며 감내해야 했던 아름다운 고통(?)도 없었다. 스노 부츠에 항복하며 멋 대신 기능을 선택한 내게 5cm의 힐은 멋과 기능 그 중간, 딱 중간쯤 되는 슈즈였다. “5cm 힐은 24/7 컬렉션으로 이름처럼 24시간, 7일 동안 신을 수 있는 슈즈라는 의미죠.
요즘 직장 여성들은 낮에는 남자들보다 더 전투적으로 일해야 하고, 밤에는 차려입고 가야 할약속들도 많아요. 그렇다고 보조 가방을 들고 운동화를 챙겨 다닐 순 없잖아요. 하지만 5cm 정도라면 낮과 밤 둘다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어요! 또 미드힐은 하이힐을 신었을 때보다 편안하고, 플랫을 신었을 때보단 지적으로 보이잖아요.” 조아진 MD는 5cm 힐은 시티 걸들을 위한 슈즈라고 했다. 그동안 촌스러운 슈즈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미드힐은 시대를 타고 가장 ‘모던’한 슈즈로 재탄생한 셈이다.
미드힐이 대세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 ‘어중간한’ 높이의 슈즈 위로 무얼 입어야 하느냐로 넘어간다. 과거 미드힐의 시대를 꼽자면 우아함의 진수로 여겨지는 50~60년대다. 그때의 여인들은(머릿속에 오드리 헵번이나 브리지트 바르도를 떠올려봐라) 무릎 아래로 쑥 내려오는 미디 스커트에 원컬러 미드힐을 즐겼다. 섹시라는 바람 새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상함이 묻어나는 룩을 찾는 것이 미드힐을 소화하는 고전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이다.
“여자들이 미드힐을 신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하이힐이 주던 마법 같은 다리 길이 연장술이 없다는 점이죠.이럴 때는 클레비지처럼 발가락 사이의 골이 드러나는 디자인을고르는 게 좋아요. 그게 다리를 어느 정도는 길어 보이게 착시 효과를 내주니까요.” 크리스챤 루부탱의 충고도 잊지 말자. 재미난 건 이번 봄 디자이너들이 미드힐을 선보이며 스커트와 함께 팬츠와 미드힐의 새로운 조합도 제시했다는 점이다. 바둑판이 넘실거리던 마크 제이콥스의 쇼에선 발등을 덮는(이 정도 되면 짤막한 힐은 보이지도 않는다) 팔라초 팬츠에 마법사처럼 앞코가 뾰족한 힐을 매치했다.
느슨한 실루엣 또한 하이힐과 스키니 팬츠로 인해 하지정맥류에 시달리는 뭇 여성들에게 적당한 패션 처방전이 될 듯! 특히 스트라이프, 체크 등 유난히 패턴이 다양한 시즌인 만큼 힐과 팬츠의 프린트 조합에 아이디어를 총동원해봐도 좋겠다. 그리하여, 이번 봄 패션은 현실에 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드힐이 있다면 커리어의 일상사에 어떤 좌절도 없을 것이다.(부디!)
기획_김민정 사진_현다휜
슈어 2013 2월호
<저작권자ⓒ제이 콘텐트리 슈어.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봄 트렌드 중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기분 좋은 소식. 그들이 돌아온단다. 고통 없이 제걸음으로 걷게 할 나지막한 미드힐이!

CHOOSE YOUR SHOES

1 캐멀색 슬링백 슈즈는 소다 20만원대
2 골드의 반전이 있는 슈즈는 세르지오 로시 가격미정
3 베이식한 디자인에 실용도가 높은 슈즈는 지미추 83만원
4 조각품처럼 재미난 굽의 슈즈는 마르니 가격미정
5 꽃무늬 벽지처럼 화려한 슈즈는 스텔라 매카트니 가격미정
6 키튼힐의 여성미 넘치는 슬링백은 오주르 by 라꼴렉시옹 95만원
7 펑키한 슬링백 슈즈는 크리스챤 루부탱 가격미정
“요즘 직장 여성들은 낮에는 남자들보다 더 전투적으로 일해야 하고, 밤에는 차려입고 가야 할 약속들도 많아요. 그렇다고 보조 가방을 들고 운동화를 챙겨 다닐 순 없잖아요. 하지만 5cm 정도라면 낮과 밤 둘 다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어요! 또 미드힐은 하이힐을 신었을 때보다 편안하고, 플랫을 신었을 때보단 지적으로 보이잖아요”
모 드라마에서 이별을 고하며 여자가 남긴 말이 있다. “우리 사랑은 현실에 졌어!” 올겨울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내 패션은 현실에 졌어!” 겨우내 ‘안전빵, 보온짱’인 스노 부츠만 신은 탓에, 나의 시그너처 룩은 줄곧 청바지에 패딩 점퍼였다. 곰 발바닥만한 스노 부츠엔 미우 미우의 팬츠 슈트도 지방시의 고스 룩도, 셀린의 오버사이즈 코트도 모두 안 어울렸다. 결국 트렌드라고 회자되던 어떤 룩도 추위라는 현실에, 더 정확하게는 스노 부츠에게 패했다.
이번 겨울을 보내며 통렬히 깨달은 패션 법칙 한 가지.누가 뭐래도 패션의 시작은 슈즈이고, 패션의 발목을 잡는 것도 슈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해 눈이 녹는 봄이 오면 슈즈 하나만 잘 고르면 패션에도 날개를 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선 백화점 쇼윈도에 진열된 신상 슈즈부터 훑자. 그곳에 포진한 슈즈에서부터 이번 봄 패션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테니.
첫번째 답사지는 구두의 메카, 지미추 매장. 실버와 골드를 휘감은 도트 장식의 힐부터, 주먹만한 꽃을 단 스틸레토까지 ‘억’소리 나게 화려한 킬힐들 사이에 대략 5cm 정도 되어 보이는 낮은 굽의 수수한 슈즈가 우아하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어색함은 검박한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낯선 힐 높이 때문. 저 정도 굽의 슈즈가 예전부터 있었던가? “지미추에서 힐의 높이는 규정화되어 있어요. 3.5cm를 시작으로 6.5cm, 8.5cm 순으로 점점 높아져가죠. 근데 이번 크루즈 컬렉션부터 3.5cm와 6.5cm 사이에 5cm 힐이 새롭게 생산되기 시작했어요.
사실 힐 사이즈가 이렇게 새로 추가된 건 슈즈 브랜드에선 굉장한 일이에요.” 지미추 조아진 MD는 5cm 힐이 이미 6.5cm 힐 판매량을 능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높이의 힐 탄생을 반겼다. 이런 변화는 비단 지미추에서만 감지된 것은 아니다. 뉴욕의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3.1 필립 림의 화이트와 블랙이 담백하게 조합된 슈즈도 죽일 듯이 높기는커녕 웬만한 여자라면 저 신발을 신고 100미터 달리기도 너끈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졌다. 뿐이랴, 발렌티노 쇼윈도에도 손가락 마디만한 사이즈의, 보는 것만으로도 맘이 평안해지는 굽을 단 슈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실 미드힐의 귀환은 2013 S/S 쇼가 끝난 직후인 지난가을부터 예고되고 있었다. 루이비통은 2010년에 이어 이번에도 리본 장식의 미드힐을 선보였고, 느슨한 실루엣이 인상적인 드리스 반 노튼 역시 구슬을 꿰어놓은 듯한 낮은 굽의 슈즈를 쇼에 올렸다. 모던 걸의 대표주자인 스텔라 매카트니도 굽 높이를 대폭 낮췄으며 킬힐의 대명사인 크리스챤 루부탱조차 스터드가 무섭게 박힌 얌전한(이 어색한 조합을 어찌할꼬) 미드힐을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죽일 듯 압박해오던 하이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중간 굽 정도 되는 미드(Mid) 힐이라는 새로운 슈즈가 다음 시즌 패션을 좌지우지할 거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매장에 들어가 5cm 힐에 발을 넣어봤다. 일단 거울에 비친 모습에선 킬힐을 신었을 때처럼 마법 같은 각선미는 없었다(당연히 킬힐 위에서 솟아나던 자신감도 증발해버렸다). 없는 건 각선미뿐이 아니었다. 하이힐을 신으며 감내해야 했던 아름다운 고통(?)도 없었다. 스노 부츠에 항복하며 멋 대신 기능을 선택한 내게 5cm의 힐은 멋과 기능 그 중간, 딱 중간쯤 되는 슈즈였다. “5cm 힐은 24/7 컬렉션으로 이름처럼 24시간, 7일 동안 신을 수 있는 슈즈라는 의미죠.
요즘 직장 여성들은 낮에는 남자들보다 더 전투적으로 일해야 하고, 밤에는 차려입고 가야 할약속들도 많아요. 그렇다고 보조 가방을 들고 운동화를 챙겨 다닐 순 없잖아요. 하지만 5cm 정도라면 낮과 밤 둘다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어요! 또 미드힐은 하이힐을 신었을 때보다 편안하고, 플랫을 신었을 때보단 지적으로 보이잖아요.” 조아진 MD는 5cm 힐은 시티 걸들을 위한 슈즈라고 했다. 그동안 촌스러운 슈즈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미드힐은 시대를 타고 가장 ‘모던’한 슈즈로 재탄생한 셈이다.
미드힐이 대세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 ‘어중간한’ 높이의 슈즈 위로 무얼 입어야 하느냐로 넘어간다. 과거 미드힐의 시대를 꼽자면 우아함의 진수로 여겨지는 50~60년대다. 그때의 여인들은(머릿속에 오드리 헵번이나 브리지트 바르도를 떠올려봐라) 무릎 아래로 쑥 내려오는 미디 스커트에 원컬러 미드힐을 즐겼다. 섹시라는 바람 새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상함이 묻어나는 룩을 찾는 것이 미드힐을 소화하는 고전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이다.
“여자들이 미드힐을 신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하이힐이 주던 마법 같은 다리 길이 연장술이 없다는 점이죠.이럴 때는 클레비지처럼 발가락 사이의 골이 드러나는 디자인을고르는 게 좋아요. 그게 다리를 어느 정도는 길어 보이게 착시 효과를 내주니까요.” 크리스챤 루부탱의 충고도 잊지 말자. 재미난 건 이번 봄 디자이너들이 미드힐을 선보이며 스커트와 함께 팬츠와 미드힐의 새로운 조합도 제시했다는 점이다. 바둑판이 넘실거리던 마크 제이콥스의 쇼에선 발등을 덮는(이 정도 되면 짤막한 힐은 보이지도 않는다) 팔라초 팬츠에 마법사처럼 앞코가 뾰족한 힐을 매치했다.
느슨한 실루엣 또한 하이힐과 스키니 팬츠로 인해 하지정맥류에 시달리는 뭇 여성들에게 적당한 패션 처방전이 될 듯! 특히 스트라이프, 체크 등 유난히 패턴이 다양한 시즌인 만큼 힐과 팬츠의 프린트 조합에 아이디어를 총동원해봐도 좋겠다. 그리하여, 이번 봄 패션은 현실에 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드힐이 있다면 커리어의 일상사에 어떤 좌절도 없을 것이다.(부디!)
기획_김민정 사진_현다휜
슈어 2013 2월호
<저작권자ⓒ제이 콘텐트리 슈어. 무단전재-재배포금지>




